스페이스X, ‘X 구독(The X Subscription)’ 전격 출시… 월 30달러에 90달러어치 혜택, 오픈AI·앤트로픽 정면 겨냥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AI 챗봇 그록(Grok), AI 코딩툴 커서(Cursor), 소셜미디어 X의 유료 멤버십 X 프리미엄을 하나로 합친 통합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흩어져 있던 세 개의 청구서를 한 장으로 줄이고, AI 사용량을 한 바구니에 담아 쓰게 한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공언해 온 '에브리싱 앱(Everything App)' 전략이 구독 모델에서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그록·커서·X 프리미엄, 하나의 ‘X 구독'으로
스페이스X의 AI 조직 스페이스X 슈퍼 인텔리전스(SpaceXSI)는 현지시간 12일 X 공식 계정을 통해 그록, 커서, X 프리미엄의 요금제를 통합한 ‘X 구독(The X Subscription)’을 공개했다. 통합 요금제에는 그록과 AI 에이전트 그록봇(Grok Bot), 커서, X 프리미엄이 모두 포함된다.
회사 측은 요금제가 무료부터 울트라까지 5단계로 구성되며, 각 요금제가 기존에 대체되는 상품보다 달러당 자사 모델 사용량을 더 많이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가입은 즉시 가능하고, 전 세계 이용자에게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 5단계 요금제 한눈에 보기
공식 발표에 따르면 요금제 구성은 다음과 같다. 무료(0달러)는 그록 일일 이용과 커서 코딩 에이전트 기본 체험량, 일반 X 기능을 제공한다. 플러스(월 8달러)는 AI 사용량을 늘리고 X 인증 체크마크, 크리에이터 도구, 광고 축소 혜택을 더했다. 프리미엄(월 30달러)은 기존 슈퍼그록, 커서 프로, X 프리미엄+를 합친 구성으로, 따로 구독하면 월 90달러였다. 슈퍼(월 100달러)는 플러스 대비 15배, 울트라(월 200달러)는 50배의 사용량을 제공하며, 프리미엄은 4배 수준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월 30달러 프리미엄 요금제다. 세 서비스를 각각 결제하던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록봇은 프리미엄, 슈퍼, 울트라 요금제에 포함된다.
■ 핵심은 '공유 사용량 풀'… 남는 사용량은 다른 서비스로
이번 개편의 구조적 핵심은 사용량 통합이다. 공유 풀은 그록 앱, X의 그록 탭, 커서 어디에서 그록 모델을 쓰든 함께 적용되며, 모든 요금제는 동급 커서 요금제 대비 최소 2배의 코딩 사용량을 제공한다. 그록을 덜 쓰면 그만큼 커서 코딩에 더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사용량은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갱신된다. 허용량이 매주 초기화돼 하루 집중 사용으로 한 달치가 소진되는 일을 막고, 한도를 넘으면 추가 충전하거나 갱신을 기다리면 된다.
■ 커서 이용자에겐 '양날의 검'… 클로드·GPT는 API 요금으로
모든 이용자에게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커서는 공식 계정에서 그록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새 요금제에서는 외부 모델을 API 요금 기준으로 과금한다고 밝혔다. 즉 커서에서 앤트로픽 클로드나 오픈AI GPT 등 타사 모델을 쓰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외부 모델은 프리미엄 이상 요금제에서만 쓸 수 있고, 충전 방식으로 API 정가가 따로 청구된다.
개발자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사실상 그록 모델 사용을 유도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분석 글은 사내 도구나 자동화를 커서로 개발하는 팀이라면 새 요금제가 그록 모델 쪽으로 사용을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 기존 구독자는 '유지 또는 전환' 선택
기존 이용자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슈퍼그록, 커서, X 프리미엄 기존 구독자는 현재 요금제와 가격,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X 구독으로 옮길 수 있으며, 전환 시 기존 요금제의 남은 기간은 일할 환불된다. 다만 기존 요금제는 신규 가입이 중단됐고, 회사는 언젠가 남은 고객도 새 요금제로 옮길 계획이지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사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고객도 겨냥했다. 팀 요금제는 개인 요금제와 같은 좌석당 30달러, 100달러, 200달러로 책정됐으며, SSO, 권한 관리, 통합 결제, 사용량 분석, SOC 2 규정 준수 기능을 포함한다.
■ 배경엔 xAI·커서 연쇄 인수… '에브리싱 앱' 퍼즐 맞추기
이번 통합은 스페이스X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스페이스X는 2026년 2월 xAI를 인수한 뒤 같은 해 스페이스X AI로 편입했다. 이어 SEC 제출 서류에 따르면 커서 모회사 애니스피어를 600억 달러 규모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거래가 8월 14일 발효돼 커서가 스페이스X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인수 두 달 만에 요금제까지 하나로 묶은 것이다.
전략적 방향도 분명하다. 스페이스X는 X를 통신, 미디어, 결제, 커머스를 아우르는 '에브리싱 앱'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고, SEC 서류에서 X와 그록 이용자를 유료 구독자로 더 많이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6년 3월 31일 기준 X 프리미엄과 그록 유료 구독자는 X 440만 명, 그록 190만 명 등 총 630만 명이었다.
■ 오픈AI·앤트로픽과 정면승부… 국내 이용자 영향은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 구독이 생성형 AI 구독 시장의 가격 경쟁을 한층 가열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우주·위성통신·AI 복합기업이 앤트로픽, 오픈AI에 맞설 더 진보한 AI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어 기업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챗봇, 코딩 에이전트, 소셜 미디어를 한 번에 묶은 구성은 경쟁사가 갖지 못한 차별점이다.
국내 개발자와 크리에이터에게도 선택지가 넓어졌다. 커서를 주력 개발 도구로 쓰면서 X로 정보를 얻는 이용자라면 월 30달러 요금제가 매력적이다. 반면 커서에서 클로드나 GPT를 주로 써 온 개발자라면 추가 비용 구조를 꼼꼼히 따져본 뒤 전환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