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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3분, AI는 3초… 심장 MRI로 '사망 위험' 더 정확히 맞혔다

영국·미국 환자 2만7382명의 심장 MRI를 분석한 연구에서 AI가 측정한 좌심실 박출률이 의사보다 사망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했다. 분석 시간은 환자당 2~3초에 불과했다.

의사 13분, AI는 3초… 심장 MRI로 '사망 위험' 더 정확히 맞혔다
英·美 심장질환 환자 2만7382명 분석… 랜싯 디지털 헬스 게재
AI 측정 '좌심실 박출률', 의사보다 생존 예측력 높아… “1차 판독 도구로 활용 가능”

인공지능(AI)이 심장 MRI를 단 3초 만에 분석하고, 환자의 사망 위험까지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숙련된 의사가 13분가량 걸리던 작업을 AI가 수백 배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예측 정확도는 오히려 앞선 것이다. 의료 AI가 영상 판독의 '보조 도구'를 넘어 ‘1차 판독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시티 세인트조지스 런던대(City St George’s, University of London)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공동 연구팀은 심장 MRI에서 AI가 측정한 심장 기능 수치가 의사가 측정한 수치보다 환자의 생존 기간과 더 강하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발표했다.

■ 역대 최대 규모… 英·美 2만7382명 심장 MRI 분석

이번 연구는 같은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구팀은 영국과 미국에서 심장질환이 확인됐거나 의심돼 검사를 받은 환자 2만7382명의 심장 MRI 영상을 분석했다. 환자들은 평균 5년 이상 추적 관찰됐으며, 이 기간 동안 3458명이 사망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지표는 '좌심실 박출률(Ejection Fraction)'이다. 박출률은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혈액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보내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심장 건강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 수치는 심장질환 치료, 심부전 전문 치료, 이식형 심장기기 시술, 수술 위험도 평가는 물론 항암치료 중 심장 상태 모니터링에도 활용된다.

■ AI 측정값, 사망 위험 예측에서 의사 앞서

연구팀은 동일한 심장 MRI 영상을 놓고 AI 도구가 산출한 박출률과 숙련된 임상의가 측정한 박출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AI가 산출한 박출률이 사망 위험이 높은 환자를 가려내는 데 의사의 측정값보다 근소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우수했다. 이런 AI의 우위는 나이, 성별 등 다른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이는 사람의 손으로 영상 속 심장 경계를 그려 측정하는 방식이 판독자마다 미세한 편차를 낳을 수 있는 반면, AI는 일관된 기준으로 측정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3초 vs 13분… 판독 시간 획기적 단축

속도 차이는 더 극적이다. AI 도구는 환자 1명당 약 2~3초 만에 영상 분석을 끝냈다.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서는 전문의가 같은 분석을 하는 데 통상 13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 수백 배 빠른 셈이다. 심장 영상 판독 대기가 길어지는 대형 병원에서는 전문의 인력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수치다. 다만 13분이라는 수치는 이번 연구에서 새로 맞대결로 측정한 것이 아니라 연구팀의 기존 연구 결과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 오류율 1%… "의사의 최종 확인은 여전히 필요"

AI의 오류는 드물었다. 환자 단위 오류율은 약 1%로, 전체 이미지의 0.08%에서만 오류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그럼에도 결과를 검증하고 환자의 전반적인 임상 맥락 속에서 영상을 해석하는 데 의사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이자 해당 AI 도구를 개발한 인물은 UCL의 로드리 데이비스(Rhodri Davies) 부교수다. 연구팀은 AI가 심장 MRI 박출률 측정의 1차 도구로 쓰이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가 검토하는 방식이 유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과제도 남아… "예측 정확도가 곧 생존율 개선은 아냐"

신중론도 있다. 이번 연구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후향적 연구여서, AI 도입이 실제 환자의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과거 데이터에서 위험 예측이 우수하다고 해서 환자 결과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생존은 의료진이 AI가 보낸 경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의료 AI는 흉부 X선, 유방촬영, 뇌 MRI 판독 보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증가가 맞물린 한국 의료 현실에서, 이번 연구는 AI가 판독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심장 영상 분야에서도 AI 1차 판독, 전문의 최종 확인이라는 협업 모델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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