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전환해 실리콘밸리 AI 거점 구축, 송현종 사장 CEO 선임… SK그룹 수뇌부 이사진 총출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인공지능(AI) 전문 투자법인 이사회 의장을 직접 맡으며 글로벌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정면으로 나섰다. 반도체업계는 이번 결정을 미국 AI 기업을 상대로 한 공격적 투자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세우는 AI 투자법인의 공식 명칭을 ‘HYAICO 코퍼레이션'으로 확정했다. SK하이닉스가 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분 보고서에 최 회장은 HYAICO의 이사회 의장으로 명시됐으며, 최고경영자(CEO)는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이 맡았다.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도 이사회 명단에 포함됐다.
HYAICO는 새로 만든 회사가 아니라 기존 자회사를 탈바꿈한 형태다. 기존 낸드플래시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투자회사 체제로 전환해 출범하며, 솔리다임은 HYAICO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당초 SK그룹은 솔리다임의 현지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법인 개편을 통해 투자 효율성과 집행력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실리콘밸리에 최대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투입해 차세대 AI 반도체 전담 법인을 세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법인에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도 출자에 나설 예정이다.
주주 친화적 운영 구조도 눈에 띈다. 회사 측은 투자 자금은 필요할 때마다 출자사로부터 받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조달하고, 솔리다임의 배당과 수익에서 나온 이익은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와 이익을 분리해 성장과 주주가치를 동시에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행보는 최 회장이 그간 강조해 온 ‘AI 현장 경영'의 연장선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상장 당시 이미 미국에 35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앞으로 AI 데이터센터와 AI 벤처, 연구개발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인디애나 공장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 겸임과 그룹 수뇌부의 이사진 배치를 두고 미국 AI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해 온 SK하이닉스가 이제 투자 플랫폼까지 갖추면서, 메모리 제조를 넘어 AI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AI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