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선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의 금융 전문 뉴스레터 딜북(DealBook)에 따르면, 블루 오리진은 무려 1천300억 달러(약 195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10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대형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2000년 설립 이후 오롯이 베이조스의 개인 자산으로만 굴러왔던 회사가 마침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이번 라운드의 핵심 축은 유명 자산운용사 코투 매니지먼트(Coatue)다. 코투가 40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베이조스 본인도 20억 달러를 직접 투입한다. 나머지 40억 달러는 글로벌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이번 자금 조달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지난달 기업공개(IPO)로 수십억 달러를 확보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정면 승부를 벌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블루 오리진은 막대한 비용을 홀로 감당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올해에만 약 50억 달러를 태울 것으로 봤으며, 설립 이후 누적 지출은 이미 280억 달러에 달한다. 외부 자금이 들어오면 베이조스가 아마존 주식을 팔아 회사를 떠받쳐야 하는 부담에서 한결 자유로워진다. 다만 지난 5월 대형 로켓 뉴 글렌(New Glenn)이 시험 발사 도중 폭발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던 만큼, 기술 검증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베이조스의 자신감은 확고하다. 그는 앞서 CNBC 인터뷰에서 회사의 미래와 재정적 성공에 대한 충분한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하며, 지금이야말로 외부 투자자를 맞이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딜북은 잠재 투자자들이 새로운 발사 역량과 궤도 인프라 등 블루 오리진의 미래 프로젝트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주 패권을 둘러싼 억만장자들의 자존심 대결이 이제 자본 시장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