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앱의 심장부에 심는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단순히 챗봇 하나를 덧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앱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짓겠다는 구상이다. 크라켄은 CNBC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핵심은 에이전트 트레이딩(Agentic Trading)이다. 크라켄이 선보일 AI 봇은 24시간 쉬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감시하고, 투자 기회를 스스로 포착하며, 실시간으로 매매 실행까지 지원한다. 다만 완전 자율은 아니다. AI가 판단하고 제안하되, 최종 거래 승인은 이용자의 몫으로 남겨 두는 구조다.
카모 아사트리안(Kamo Asatryan) 크라켄 최고 데이터 책임자(CDO)는 이번 개편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장이 하락할 때조차 전문 트레이더들은 끊임없이 매매하며 기회를 잡는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쓸려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크라켄의 AI는 바로 이 격차를 메우는 것이 목표다. 아사트리안은 평범한 사람도 이제는 일상 언어(plain English)로 대화하는 것만으로 초단타 트레이더처럼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작동 방식도 이용자 친화적이다. 앱은 온보딩 단계에서 AI가 이용자의 투자 목표, 위험 감내 성향, 자금 상황을 학습한 뒤 맞춤형 포트폴리오 초안을 제시한다. 이용자는 이를 검토하고 조정한 다음 승인하면 된다. 투자 이후에도 AI가 관련 뉴스와 인사이트, 유휴 자금 최적화 같은 선제적 제안을 이어간다. 크라켄은 이를 일회성 추천이 아닌 지속형 금융 지능으로 규정했다.
이번 행보는 크라켄의 기업공개(IPO)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크라켄은 올해 초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했으나, 시장에서는 3분기 상장 재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AI 트레이딩 도입은 경쟁 구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승부수이기도 하다. 이미 코인베이스(Coinbase), 제미니(Gemini), 비트겟(Bitget), 로빈후드(Robinhood) 등 경쟁사들이 AI 기반 매매 기능을 앞서 출시했기 때문이다. 크라켄은 2025년 8월 무코드 전략 도구 기업 캐피털라이즈닷에이아이(Capitalise.ai)를 인수하고, AI 에이전트용 명령줄 인터페이스(CLI)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이번 개편의 토대를 다져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모바일 트레이딩과 알고리즘 투자의 등장에 버금가는 구조적 변화로 평가한다. AI가 단순한 부가 기능을 넘어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본을 운용하는 주체가 인간에서 에이전트로 이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