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Ford)가 인공지능(AI)에 맡겼던 품질관리 업무를 다시 사람의 손에 돌려놓았다. 자동화 시스템이 핵심 고장 지점을 잡아내지 못하자, 회사는 결국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엔지니어 350명을 다시 불러들였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테크크런치, 더버지 등 외신을 종합하면, 포드는 최근 퇴직했거나 협력사로 자리를 옮긴 베테랑 엔지니어 350명을 재고용·신규 채용·내부 승진 형태로 다시 현장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내에서 흔히 "그레이 비어드(Gray Beard·회색 수염)"로 불리는 숙련 전문가들이다.
찰스 푼(Charles Poon) 포드 차량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은 훌륭한 도구지만, 학습에 사용된 정보의 품질만큼만 똑똑하다"며 "AI에 설계 요구사항만 입력하면 고품질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쿠마르 갈호트라(Kumar Galhotra)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자동화 품질 시스템에 점점 더 의존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복귀한 기술 전문가들은 부품이 공장 라인에 도달하기도 전에 고장 지점을 찾아낸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본질은 AI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암묵지(暗默知) 전이의 실패"였다. 포드는 품질 검사용 AI 카메라 900대를 설치했으나,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노하우를 시스템에 이식하기 전에 회사를 떠나버리면서 학습 데이터의 질이 무너졌다. 그 결과 AI는 결함을 잡아내기는커녕 잘못된 입력값을 그대로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대가는 혹독했다. 외신은 자동화 전환으로 인한 손실이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다만 베테랑 엔지니어 복귀 이후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포드는 2026 JD파워 초기품질조사(IQS)에서 메인스트림 브랜드 1위에 올랐는데, 이는 2010년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짐 팔리(Jim Farley) 최고경영자(CEO)는 "보증·리콜 비용 절감으로 수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포드가 AI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복귀한 베테랑들은 후배 엔지니어 교육과 AI 도구 재프로그래밍을 동시에 맡고 있다. 포드는 여기에 10만 개 이상의 새로운 AI 기반 테스트를 추가해 엣지 케이스를 잡아내는 체계를 구축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AI 대 인간"의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의 숙련된 판단을 어떻게 데이터로 전환해 AI를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번 사례는 화이트칼라 일자리 절반을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팔리 CEN의 과거 발언에도 정면으로 의문을 던진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가 2020년 이후 2만 개 넘는 사무직을 줄여 온 흐름 속에서, 포드의 "유턴"은 글로벌 제조업과 AI 전환 전략 전반에 묵직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